개학이 이제 딱 3일 남았다. 정말 아직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고, 다시 학교로 돌아갈 일을 생각하면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공립학교에 다니는 내 동생들은 방학이 이틀밖에 남지 않아 괴로워하고 있다. 보통 이 지역 내에서는 공립, 사립학교에 상관없이 개학날이 똑같았다고 하는데, 올해는 하루 차이가 난다. 고작 하루 차이지만, 뭔가 커다란 선물을 받은 느낌이랄까. 그래도 이제 조금은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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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는 동생들 학교 신청을 한다고 해서, 공립학교 구경도 할 겸 따라갔다. 그리고 따라가서는 학교 규모와 시설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주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모든 학생은 학년이 바뀔 때마다 학교에 신청서를 내야 한다고 들었다. 내가 다니는 학교의 경우는 인터넷으로 신청을 할 수 있지만, 공립학교와 인터넷 지원을 하지 않는 사립학교는 개학하기 전, 정해진 날짜에 학교에 찾아가 직접 등록을 해야 한다. 학교에 부모님과 함께 찾아가서 등록을 하고 나면, 시간표와 개인 라커룸을 받게 된다. 학생들은 새로운 시간표를 보면서 교실 위치와 선생님을 대강 확인하고, 비밀번호를 이용해 라커룸을 열어본다. 8학년이 되는 작은 여동생은 학교를 잘 알고 있어서 별로 문제가 없었지만, 고등학생이 되면서 공립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 큰 여동생은 교실을 찾아다니는 데만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가게 될 고등학교도 워낙 크기로 소문난 곳이라, 학교 지도를 보면서 한동안 헤맸다.

라커 combination 사용법 : 시계방향으로 돌려 첫 번째 번호에 맞춘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려서 ‘첫 번째 번호를 한 번 지나친 후’ 두 번째 번호에 맞춘다. 다시 시계방향으로 ‘곧바로’ 세 번째 번호로 가서 맞춘다.

이같이 학교에 익숙하지 않은 신입생들을 위해서는 학교마다 ‘Transition Day'라는 것이 있다. 나는 물론 신입생이 아니라서 가보지는 않았지만, 학교에 새로 오게 될 학생들이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개학 전(보통 개학식 바로 전 날) 학교에 가서 교실들을 확인한다. 실제로 개학을 한 것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시간에 맞춰 학교버스를 타보고,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난다. 미국은 매 시간마다 학생들이 다음 수업 과목에 맞춰 교실을 찾아다니는 방식이므로, 신입생들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날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규모가 큰 공립학교에서는 어느 쉬는 시간을 이용해 화장실에 갈 건지, 라커에 들러서 교과서를 챙길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약 4분 정도 내에 안전하게 다음 교실로 가려면 은근한 요령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내 동생들의 경우에는 집 앞으로 학교버스가 6시 반 정도에 도착하므로, 학생들은 이 날을 통해 수면시간을 다시 학교시간에 맞게 조정하는 일도 필요할 것이다.

약 일주일 전에는 날을 잡아서 학교 준비물을 사러 가족들과 마트에 갔다. 학교 웹사이트에 올려놓거나, 학기 신청하는 날을 통해 학교는 학생들에게 학년, 과목별 준비물 목록(Supply List)을 나누어 준다. 나도 홈페이지에서 출력한 목록을 보고 준비물들을 확인했다. 사야할 것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합창시간에 악보를 넣어둘 용도의 폴더, 화학시간에 필요한 공책, 컴퍼스, 자 등을 샀다. 보통 여름방학이 끝나갈 때 쯤 새 학년, 새 학기를 준비하기 위해 학생들은 준비물을 사기 바쁜데, 마트에 가니 학교 준비물을 위한 큰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고, 많은 아이들이 목록을 살피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젠 한동안 쓰지 않았던 바인더와 가방에 준비물들을 넣고, 학교에서 입을 수 있는 옷들도 꺼내야겠다. 길어진 머리만 자르고 나면 학교 갈 준비는 다 됐다. 오랜 방학 후에 학교에 가는 거라 그런지, 마음은 1월 달 미국학교에서의 첫 날을 맞이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학교에서도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여름방학 동안 한국에 가 있었던 내 한국친구들도 이제는 돌아와 시차적응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학기부터 교환학생 생활을 시작할 학생들도 지금쯤 하나 둘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오고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의 새 학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잘 시작하길 바란다.

- August 16,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