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점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올해 초, 설레는 마음으로 미국으로 왔는데 벌써 3달 반이 흘렀다. 이제는 이곳에서 많이 적응을 했고, 영어 말하기 실력도 늘어서 하루하루 지내는 것이 그리 힘들지 않다. 열심히 노력하니 학교에서도 요즘은 좋은 점수를 받고 있고, 한 명의 미국 학생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은 이렇게 잘 지내고 있지만, 어려운 점이 없었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다행히 걱정했던 것 보다는 적응하는 데까지 그리 힘들지 않았지만, 이번엔 내가 혼자 겪었던 어려운 점들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조금 힘들었던 것이 시차적응 문제이다. 한국시간과 여기는(중부시간, MT) 무려 15시간이나 차이가 난다. 자고 일어나는 것이 거의 정반대이기 때문에, 처음엔 많이 힘들 줄 알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긴장 탓인지 그리 어렵지 않게 적응했다. 4~5일 정도 새벽에 잠에서 깼고, 낮에 금방 피곤해졌다. 하지만 새벽에 일어나서 그 날 하루를 준비하고, 앞으로 할 일들을 계획하는 일로 그 시간들을 보낸다면, 오히려 유용한 시간이 될 것이다. 장시간 비행 동안에 잠을 많이 자 두고, 첫날에 조금 무리해서라도 식사 시간을 맞추면 이 문제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 자연히 적응이 된다. 참고로, 여름에 미국으로 오는 교환학생이라면, 서머타임에 의해 모든 시계가 1시간이 빨라져서 적응하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집에서 적응하는 일도 그리 쉽지는 않았다. 새로운 사람들과 가족처럼 지내야 하고, 새로운 생활 패턴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엄마와 여동생 둘, 합해서 여자 셋만 있는 집이기 때문에 숫기 없는 나는 처음에 조금 무서웠다. 한국이었다면 여자 애들이랑은 말도 별로 못하고 어색하게 지냈겠지만, 다행히 미국은 남녀 간에 개방적이라 먼저 말을 많이 걸어주었다. 소파에 둘러앉아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식탁에서 미국 식사방법을 배웠다. 그렇게 화제를 계속 만들고, 가족들과 이야기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했다. 자연히 말하기 실력도 늘고, 이제는 정말 가족 같이 잘 지내고 있다. 많이 배려해 주시고, 이해해 주시는 호스트 가족들에게 항상 고맙다.
또 집에 있을 때 어려운 점 하나가 바로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다는 것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부모님께서 해주시던 일들을 나 스스로가 해야 한다. 크게는 용돈을 관리하는 일에서부터 작게는 마른 빨래를 개는 일까지. 빨래를 개서 옷장에 집어넣는 일이 이렇게 귀찮은 일인 줄 몰랐다; 그럴 때마다 부모님의 사랑을 깨닫는다. 또한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책임감을 느끼고, 점점 어른이 되어 감을 느낀다. 사소한 일들이지만 부모님 없이 스스로 일을 해나가면서 더욱 성숙해지리라 생각한다. 아, 추천해 주고 싶은 것은, 매일매일 영어 일기를 쓰고, 그 날 용돈을 정리해 보는 것이다. 나는 미국에 오기 전에 다이어리를 샀고, 지금까지 잘 쓰고 있다. 멀리까지 왔는데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볼 수 있고, 더불어 글쓰기 실력도 늘며, 돈 관리까지 할 수 있으니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언어문제가 가장 크다. 특히 학교에서 더욱 그렇다. 일단 말들이 너무 빠르고, 어떤 아이들은 웅얼웅얼 말해서 알아듣기가 더 힘들다. 게다가 비어, 속어들이 섞인 문장들을 들으면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말을 할 때도 혀가 마음대로 굴려지지 않고, 문법은 뭐 생각할 새가 없다. 유머를 하고나서 다 웃고 있는데, 혼자 웃지 못 할 때, 나름 정확히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이 못 알아들었을 때, 긴 문장을 잘 듣다가 단어 하나에 막혀 무슨 말인지 모를 때 혼자 좌절감을 느낀다; 그래도 그럴 때마다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고 혼자 다짐하곤 한다. 지금은 자주 쓰는 단어에 많이 익숙해졌고, 친구들 발음에도 적응이 돼서 대화하는 것이 훨씬 편해졌다. 미국으로 오기 전에, 단어 공부를 많이 해 두는 것이 필요하겠다. 특히, 한국에서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단어가 미국에선 흔히 쓰이는 것들도 많다. 실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나 숙어, 문장들을 외워두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이 외에도, 음식, 날씨, 건강 문제 등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음식은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아주 좋고, 날씨 또한 한국과 그리 다르지 않아서 낯설지 않다. 한국에 있을 때 가장 큰 걱정 중 하나가 건강문제였다. 그런데 다행히 아침마다 그렇게 속 썩이던 배도, 지금은 별 탈이 없고, 야구 연습 중 생긴 상처 몇 개 빼고는 아주 건강하다.

  당황했던 순간이라면 집 대문을 잘 안 닫아서 개 두 마리가 집을 뛰쳐나갔던 일, 합창 대회 때 넥타이를 놓고 간 일, 야구 경기가 있는데 유니폼 바지를 놓고 간 일, 다른 선을 꽂아서 인터넷 전화기를 망가뜨린 일 등이다. 실은 이렇게 덤벙대다가 일어난 또 다른 사건들도 많이 있다; 정말 진땀을 뺀 순간들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미소가 머금어질 뿐이다.^^
  
  돌아보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던 3개월 여 시간이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멀쩡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항상 감사하다. 이 모든 것이 내게 기회를 주시고, 여러모로 도와주시고, 기도해주시는 분들 덕분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나에게 일어날 일들을 그려본다. 힘들고 벅찬 일일지라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 May3,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