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쓰려고 오기 직전 한국에서 사온 노트북이 고장이 났었다. 그로 인해 매주 쓰려고 다짐했던 체험기도 몇 주간 쉬어야 했고, 친구나 가족들과의 메일도 잠시 끊겼다. 나름 혼자 고쳐보려고 노력했지만 컴퓨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기에 수리는 역부족이었고, 미국에서 마땅한 A/S센터도 찾지 못했다. 결국 고장 난 노트북을 박스에 담아 한국으로 보냈고, 일주일 만에 고쳐진 노트북을 받았다.
  전에 고장 난 전화기를 보낸 적이 있으니 이번에 두 번째로 보내는 박스이다. 부모님께서는 옷, 신발, 또는 가족들 선물을 보내기 위해 몇 차례 박스를 보내셨다. 이렇게 항공 우편물을 보내는 것이 돈이 들긴 하지만 물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나는 덜렁 대는 성격 탓으로 중요한 물건을 몇 차례 망가뜨려 돈이 많이 들었다.

  처음 박스를 보내기 전에는 돈도 비싸고, 전화기를 고치기 위해 박스를 보낸다는 것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아서 별로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내 잘못이었고, 마땅히 방법도 없기에 호스트 어머니와 함께 우체국으로 갔다. 지역 내에 큰 우체국이 하나 있는 거라서 차를 타고 생각보다 먼 거리를 갔다. 또한 그 날에는 유독 사람이 많아서 보내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줄을 서고 기다리면서 박스를 만들었다.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 푹신한 비닐 랩으로 감쌌고, 테이프로 단단히 밀봉했다. 직원이 박스에 붙일 종이를 주었고, 양쪽의 주소를 영어로 썼다. 무게를 달았고, 박스, 테이프 가격 등을 포함해 총 67달러를 지불했다. 나는 그 날 전화기 외에도 필요 없는 물건들을 같이 싸서 보냈기에 돈이 늘어나긴 했지만, 그래도 비싸다. 주소를 비뚤비뚤하게 썼지만, 다행히 박스는 정확히 보내졌고, 지금은 다시 부모님과 화상전화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 박스를 보낼 때는 조금 머리를 썼다. 박스나 테이프를 우체국에서 사면 조금 더 비쌀 것을 감안해, ‘Office Depot'에 들러 미리 필요한 물건들을 샀고, 박스를 만들어 우체국으로 갔다. 이 날에도 나는 동생 생일 선물과, 필요 없는 mp3 등을 같이 넣어서 보냈고, 총 50달러 정도를 지출했다. 이렇게 나는 예상치 못하게 많은 돈을 썼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조심하기를 바란다.

  박스를 받는 것도 알아두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지역마다 다를 수는 있겠지만, 여기서는 먼저 집까지 배송을 해 준다. 하지만, 우리 집의 경우에는 모두들 바빠서 집을 비울 때가 많은데 그러다 보니 배달부가 허탕을 칠 때가 대부분이었다. 그럴 때는 작은 쪽지를 남겨두고 가는데, 그걸 들고 짐을 직접 찾으러 가야한다. 내가 한국에서 아파트에 살 때는, 경비 아저씨가 잠시 맡아두면 되었지만, 여기는 주택이다 보니 그럴 수가 없다. 우체국은 아니지만 소포를 보관하는 별개의 장소가 있으며 퇴근시간 전에 맞추어 가서 찾아와야 한다.
  대화를 할 수 있고, 화상으로 전화가 가능하며, 물건도 꽤나 짧은 시간에 주고받을 수 있으니, 부모님과 떨어져 먼 나라에서 사는 것도 점점 쉬워지는 듯하다. 물론 부주의로 인해 돈을 많이 쓴 것은 좋지 않지만, 그래도 유익한 경험이었다. 마지막으로 하나, 전자기기를 사용할 때 항상 조심하기 바란다.
                     -June 11,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