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기말고사(Final Test, 그냥 Final이라고도 한다)를 봤다.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중간고사가 없고, 일 년에 두 번씩 기말고사를 본다. 그러니 나로서는 처음으로 제대로 된 시험을 본 셈이다. 미주리 주 공립학교에서는 학년 말에 한 번만 시험을 본다고 한다. 한국 학생이 이 말을 들으면 많이 부러워하겠지만, 내 동생들은 시험범위가 적은 한국의 제도가 더 나을 것 같다고 한다. 뭐, 남의 떡이 더 큰 것이다.

  시험기간은 방학식 바로 직전인 5월 15일부터 20일 까지였다. 주말이 끼어있었고, 금요일에 1과목, 나머지는 두 과목씩 치렀다. 한국학교에서는 같은 학년이라면 배우는 과목이 거의 같기 때문에, 시험 시간표가 똑같이 주어지지만, 여기서는 조금 달랐다. 정확한 과목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과목 시간별로 나눠서 시험 일정을 정해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시간표에 따라 어려운 과목이 몰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내가 그랬다...) 우리 학교에서는 과목마다 1시간 반 정도의 시간을 주었으며, 보통 시간이 남았다.
  금요일에는 5교시 과목 시험을 보는 날이었다. 5교시가 합창이었고, 선생님이 미리 다른 과제로 시험을 대체하셨기 때문에 나는 사실상 시험이 없었다. 다른 학교나 교회 등의 합창 공연을 듣고 감상문을 쓰는 것이 과제였는데, 나는 근처 공립학교의 합창공연을 보았으며, 100%를 받았다. 아,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것이 미국에서 기말고사는 총 학기 점수 중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생님마다 다르지만, 기말고사 성적은 총 점수에 20% 정도만을 차지한다고 들었으며, 나머지는 학기 중에 보는 작은 시험들이나 기타 활동 등으로 점수를 매긴다. 그러니 기말고사에 그렇게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고, 차라리 학기 중에 열심히 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어쨌든 이 시간에는 영화를 틀어주셨고, 다른 과목을 공부할 수 있는 시간도 주셨다. 이 시간 후에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했으며, 3시에 하교를 했다.
  월요일에는 1, 2교시 과목 시험을 보았다. 나에게 있어 가장 어려운 두 과목을 이 날에 보았고, 결과도 그리 좋지 않았다. 생물과 영어였는데, 특히 생물은 범위가 너무 많아서 공부하는 데에도 고생을 했다. 63문제에 보너스 점수 에세이가 있었다. 총 83%를 받았는데, 결과적으로 좀 아쉬운 시험이었다. 문제가 많다보니 시간이 모자를 것을 걱정돼서 좀 급하게 푼 것도 좀 후회가 된다. 영어시험은 문법 50문제와 학기 중에 배웠던 책, ‘Odyssey’, ‘Julius Caesar’에서 각각 에세이 문제가 하나씩 나왔다. 문법은 꽤나 자신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헷갈리는 문제가 많았다. 객관식에서 80%를 받았고, 에세이는 잘 모르겠다. 사실상 처음 겪은 시험 날이었는데,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은 결과였다. 이 날, 검토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아마 시험을 보면 영어로 된 문제에 익숙한 다른 아이들은 빨리 제출하고 쉴 것이다. 그래도 시간은 많으니 여유를 가지고 차분하게 풀기 바란다.
  화요일에는 3, 4교시 과목인 수학과 미술시험이었다. 수학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애들에게도 너무 문제가 쉽게 나와서 변별력이 거의 없었다. 정확한 점수는 모르겠지만 쉽게 좋은 점수를 받았다. 당연히 계산기는 사용할 수 있었다. 미술시험은 보통 수행평가로 대체를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상하게 시험을 봤다. 100문제도 넘는 엄청난 양이었는데, 어렵지 않았다. 이 날은 공부할 것도 별로 없었고, 결과도 좋게 나왔다.
  수요일에는 6, 7교시 과목인 성경과 역사시험이었다. 성경은 80문제가 나왔는데 몇몇 헷갈리는 문제 말고는 다행히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점수는 모르지만 꽤 잘 봤을 것이다. 역사 선생님은 시험대신 파워포인트 과제를 주셨다. 미국 역사에 연관되는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조사하고 15개 슬라이드 이상의 발표 자료를 만드는 것이었다. 나는 자료를 구하기도 쉽고, 잘 아는 내용인 한국전쟁에 대해서 했다. 사실 아직 말이 어눌하기 때문에 발표하는 것이 많이 떨렸고, 그래서 다른 시험들 보다 이 과제에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미국 친구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말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으므로, 많이 긴장되었다. 하지만 다행히 침착하게 잘 했고, 준비한 노력을 보셨는지 선생님도 좋은 점수를 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또한 다른 친구들이 준비해 온 자료들을 보면서 미국 역사를 배울 수 있었으므로 좋은 시간이었다.
  
  이렇게 첫 기말고사를 마쳤다. 솔직히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아서 조금 후회가 되기는 하지만 감사하게도 결과는 나쁘지 않다. 다음에 볼 기말고사 때는 조금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혼자 다짐했다. 성적표는 후에 메일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집 컴퓨터로 전달되었으며, 어머니께서 출력해 주셨다.                                        
- June 13,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