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끝난 바로 다음날인 5월 21일에 방학식을 했다. 한국에서는 시험이 끝나도 학교를 몇 주 더 나가야 방학이 되지만, 여기서는 바로 방학을 했다. 방학식 또한 한국과는 많이 달랐다. 한국에서는 후배들을 위해 잠시 반 청소를 하고,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을 듣고, 담임선생님의 눈물 섞인(?) 마지막 인사말을 들으면 학년이 끝나고 봄방학이 시작된다. 하지만 미국은 딱히 담임선생님이라고 할 만한 분이 없기 때문에, 느낌이 좀 달랐다고 할까?

  우리 학교에서는 처음에 장기자랑(Talent Show)을 했다. 뭐 이것은 우리학교에서 특이하게 한 것이었는데, 그냥 시간을 때우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전부터 학교 복도에 지원자를 모집하는 포스터를 많이 붙여 놓았고,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지원을 했다. 비교하고 싶지는 않지만, 미국 아이들이 한국 아이들보다 좀 더 적극적이고 쑥스러움이 없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소수의 아이들이 노래, 댄스 정도만을 하지만, 여기서는 그 외에도 피아노 연주, 짧은 콩트, 연기 등 다양한 종류의 공연이 있어서 재미있었다. 자기가 직접 작사, 작곡한 곡을 기타를 치며 부르는 아이도 있었는데 인상 깊었다. 중간에 막간도 있는 긴 시간이었기 때문에, 좀 지루하긴 했지만, 많이 새로웠다. 장기자랑이 끝나고 퀴즈대회 같은 것을 잠시 했고, 내년에 고3이 될 선배들을 위해 기도해 주는 시간도 있었다. 교장선생님도 잠깐 무대에 올라오셨다.
  그 후에는 체육관에서 ‘Year Book‘에 사인을 주고받는 일을 했다. 한국에서는 주로 졸업을 할 때만 학년 아이들의 사진이 들어있는 앨범을 받지만, 미국에서는 매년 학교 앨범이 나온다. 그래서 Year Book이라고 하는데, 물론 값이 비싸기 때문에 주문을 안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운동부나 클럽활동 사진, 공연 사진, 평범한 수업 사진 등이 있었다. 증명사진처럼 앉아있는 사진보다는 재미있는 사진들이 많이 들어있었다. 나는 중간에 학교에 왔지만 내 사진도 몇 개 있어서 재미있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주문은 학년 초에 하는 것이었고, 남는 것도 없었기에 나는 받지 못했다. 어쨌든 이렇게 Year Book이라고 하는 앨범을 받으면 친구들과 롤링페이퍼와 비슷하게 짧은 글을 책 표지에 써준다. 나를 비롯해서, 앨범이 없는 몇몇 아이들을 위해서는 다른 종이가 있었다. 그렇게 강당에서 돌아다니며 아이들과, 또는 선생님들과 사인을 교환하는 일을 1시간 정도 했다. 특히 10학년 아이들 중에서는 내년에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이 꽤 있었기 때문에 그 친구들에게는 긴 편지를 써주기도 했다. 한국말로 써달라는 아이들도 몇 명 있어서 재미있었다. ^^

  11시 반,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벨이 울렸고 아이들은 방학을 맞아 기분 좋게 하나 둘씩 집으로 돌아갔다. 이제 2달 반 정도의 긴 여름방학이 시작된 것이다!
                            -June 13,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