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그리고 ESL 캠프

  긴 여름방학이 찾아왔다. 방학이다 보니 아침에 일어날 때 많이 게을러졌고, 공부가 귀찮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날씨도 상당히 더워졌다. 다음 주면 35도를 넘는 무더위가 찾아온다고 한다. 다행히 집 근처 야외 수영장(pool)이 방학이 됨과 동시에 오픈을 해서 선탠로션을 바르고 시원한 물에 가끔씩 몸을 식히곤 한다. 바깥에서 혼자 농구를 하면서 땀을 흘리기도 하고, 동생들, 동네아이들과도 자주 뛰어논다. 한국에서는 아버지께서 운동을 하자고 하시면 귀찮아서 투정을 부리던 나였는데, 요즘 혼자 나가서 농구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 신기하다. 운동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다 보니, 몸도 예전보다 많이 튼튼해졌음을 느낀다. 아 근데 공부도 좀 해야겠다.

  혼자 문제집을 풀고, 밖에 나가서 여가시간을 즐기는 것으로만 긴 여름방학을 보내려면 조금 지루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방학이 되기 전에 ‘ESL 캠프’를 신청했다. English Second Language, 한마디로 외국에서 온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이다. 캠프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고, 주중에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영어를 배우는 학교 같은 것이다. 종소리가 있어서 지각생을 체크하는 것은 아니지만, 덕분(?)에 방학인데도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현재는 나를 비롯해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 한국아이들 5명을 2명의 선생님이 지도하신다. 우연히도 내가 다니는 학교 영어선생님 두 분이 계획하시고, 진행하시는 거라 나는 편한 마음으로 신청할 수 있었다. 지금은 5명이지만 방학 중에 올 한국 여학생 한명과,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들도 합류할 예정이라고 한다.

  장소는 우리 집에서도 그리 멀지않은 어느 교회에서 한다. 아직은 수가 적어서 그냥 소파에 둘러앉아서 수업을 듣고 있으며, 작은 학원 같은 분위기로 수업도 진행된다. 아침에 가면 그 날 숙어 시험을 보고, 주제별 단어도 외운다. 지문을 읽고 문제 푸는 것, 소리를 내서 읽는 연습도 하고, 문장 구조를 알기 위해 문법도 매일 배우고 있다. 숙어, 문법시험을 본 것, 지금껏 한 번 있었지만 에세이를 쓴 것들은 학교에서와 같이 점수를 매기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좋은 성적을 받아 기분이 좋다. 문법시간을 제외하면 주로 실용영어를 배우는 것이라, 대학 시험이나 내신과는 별로 상관이 없지만, 배우는 것은 많다. 선생님께서 일부러 어려운 단어나 숙어를 섞어서 수업하시고, 설명해 주시기 때문에 실생활에 단어가 어떻게 쓰이는지 까지 알 수 있어 좋다. 가끔씩 수업이 좀 빡세긴 하지만, 선생님 말씀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년 여름방학에도 ESL을 계획하고 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한다면 유익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나와 같은 학년인 남학생 4명과 이제 9학년이 되는 여학생 1명, 이렇게 5명이 수업을 듣고 있다. 모두 같이 영어로 대화하면 공부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되겠지만, 아직 발음도 좋지 않고, 실력도 부족해 그냥 한국말로 말한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들이니 공감대도 많이 형성되고, 점심시간에나 쉬는 시간에 수다를 많이 떤다. 쓸데없는 이야기도 많이 하지만, 호스트 가족과의 문제, 또는 좋은 점, 영어로 말하는 어려움에 대해 불평을 털어놓으면 재미있다. 교회 안에 작은 실내축구장이 있어서, 선생님께서 쉬는 시간을 주시면 가서 축구도 하고, 요즘에는 글러브와 공을 가져가 캐치볼을 하기도 한다.
  금요일마다는 소풍(Field Trip)을 간다. 이것은 영어를 배우기 위함보다 미국에 문화를 체험하고, 관광을 하는 목적이다. 첫 주에는 미술관, 두 번째에는 동물원에 갔었다. 두 곳 다 규모가 큰 곳이라 조금 지루하고 다리가 아프긴 했지만, 신기한 것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동물원에서는,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동물들도 많이 있어서 재미있었다. 공부만큼이나 값진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방학을 보내고 있다. 처음 계획했던 것에 비하면 사실 조금 나태해졌다. 그래도 이제부터는 ACT시험을 목표로 삼고 공부에도 다시 열을 올려 볼 생각이다. 남는 시간이 많다보니 이젠 나와의 싸움이다. 꾸준히 성실하게 노력하면 후에 좋은 결과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