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아침에 일찍 눈을 떴다. 짐을 다시 확인했고, 지갑에 돈을 확인하고, 옷을 조금 두껍게 입고, 양말에 신발을 신었다. 7시 45분 기차를 제 시간에 타기 위해, 집에서 조금 일찍 나갔다. 30분 정도 차를 탔을까? 캔자스시티 기차역인 Union Station에 도착했다. 우리 가족은 2층짜리 기차에 탔고, 7여 시간이 걸려 시카고 변두리 마을인 Naperville 기차역에 도착했다.

  첫 날 오후에는 친척들을 만났고, 기차여행의 피로를 풀었다. 우리가 지냈던 집은, 호스트 어머니의 사촌, 그러니까 나에겐 6촌뻘 되는 친척의 집이었다. 4박 5일 동안 지낼 방에 짐을 내려놓고, 탁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여자들이 많아 이야기도 끊일 줄 몰랐다. 저녁을 같이 먹고 난 후, 디저트로 구운 마시멜로를 먹었는데 이게 맛이 좀 새로웠다. 날씨가 좋았기 때문에 마당에 불을 피워놓고, 꼬챙이에 동글한 마시멜로 두 개씩 꽂아 구워먹었다. 그냥 먹어도 되지만 우리는 과자 두 개를 덮어 샌드위치처럼 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그런데 이 때, 맛있고 노란 마시멜로를 만들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둘째 날 오전에는 쇼핑을 갔다. 사실 내 어머니와 여동생들이 쇼핑을 좋아하기 때문에 시카고에 있을 동안 시도 때도 없이 여러 가게 물건들의 가격표들을 들춰 보곤 했다. 쇼핑을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옷 가게나 큰 몰에 가면 한국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뭐 나쁘진 않다.
  어쨌든 긴 쇼핑을 마치고 나서 야구 게임을 보러 경기장으로 갔다. 유명 선수 이름이 쓰여 있는 팀 유니폼을 입고서. 메이저리그를 보러 간 것은 아니고, 마이너 리그 중에서도 싱글A 게임을 보러 갔다. 처음에는 마이너리그 경기라서 무시했는데, 생각보다 관람객들이 많았고, 게임도 나쁘지 않았다. 미국의 야구 규모를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던 날이었다.
  아, 독립기념일 (4th of July)이 가까웠기 때문에, 경기 후에는 큰 불꽃놀이를 했다. 경기에서 응원하던 팀이 지기는 했지만, 검은 하늘을 물들이는 불꽃들은 정말 멋있었다. 손을 가슴에 올리고 국가를 듣는 모습과, 불꽃놀이를 보면서 눈시울이 붉어지는 사람들을 보고 미국 사람들의 애국심 또한 볼 수 있었다.

  셋째 날에는 시카고 시내로 나갔다. 사는 곳이 시내에서는 좀 떨어진 곳이었기에 전철을 타고 꽤 오랜 시간을 달렸다. 먼저 밥을 먹고 쇼핑을 했다. 나도 청바지와 티셔츠에 돈을 조금 썼다. 그리고 관광보트 시간에 맞추어 시카고 강으로 갔다. 강을 따라 보트를 타면서 투어를 했는데, 높고 신기한 모양의 건물이 많았고, 자세한 설명을 듣기보다는 사진을 찍는데 정신이 없었다. 그 후에도 시간이 남아서 도시 내에 있는 'Millennium Park' 란 곳에 갔다. 큰 젤리모양의 거울, 물을 뿜는 사람 얼굴 등 볼만 한 것들이 많이 있었다. 시카고 시내 여행은 이정도로 마쳤다. 시카고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높은 빌딩에 사람들이 붐비는 도시라고 할까?

  그 다음 날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날 근처에서 장터를 열었다. 주로 나이 많으신 분들이 오래되고 안 쓰는 물건들을 가져와 싼 가격에 팔았다. 액세서리나 가구, 액자 따위의 그림들이 많았고, 나는 이 날 음악시디를 싸게 샀다. 오후에는 레이싱 경기를 보려고 했지만 비가 온 관계로 계획을 취소했고, 집에서 영화를 봤다.

  다섯 번째 날은 시카고에서의 마지막 날이자 주일이었다. 11시에 가족 모두가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다. 짐을 싸고 밖에 나가서 마지막 점심을 같이 먹었다. 보채는 동생들 때문에 이 날에는 퐁듀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친척들에게 잘 지내라는 인사를 하고, 4시에 기차에 탔다. 또다시 7시간의 기차여행이었는데, 옆에 같이 탔던 가족이 너무 시끄러워서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갈 때의 기차와는 달리 화장실도 너무 더러워서 사실 좀 불쾌했다. 여하튼 캔자스시티 기차역에 무사히 도착했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갔다.

  예전에 동생 배구 토너먼트 때문에 네브래스카에 며칠간 갔었던 적이 있었지만, 이번이 제대로 된 첫 미국 여행이었다. 기차에서 고생했던 것을 제외하면 4박 5일 간의 즐거운 여행이었고, 그 곳의 아저씨와 아주머니께서도 나를 친절하게 맞아주셔서 더욱 좋았다. 이번 여행이 내겐 새로운 시각에서 미국을 볼 수 있었던 감사한 여행이었고, 유익한 날들이었다. 갑자기 미국의 다른 큰 도시들에도 가보고 싶다.                              
-July 6,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