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찬의 교환학생 수기 6 - 영광뒤 찾아온 위기

그러나, 큰 기회와 영광 뒤에는 어둠과 위기도 찾아오는 법.
시간이 지나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내게 천국과도 같은 기쁨과 보람을 준 미식축구
시즌이 끝나고 처음 내게 막대한 관심을 보여주었던 아이들의 관심도 시들해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긴 슬럼프에 빠져야만 했다. 특히 내 Best friend, Ian은 학교중심에 있는
인물과는 거리가 많아 학교행사나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려 했던 내게 적지 않은 고민이
되기도 했다. 또, 학기초에 학교에 소문이 돌 정도로 날 좋아해 준 한 여자아이의 대쉬를,
나도 그녀를 좋아했으면서도 교환학생이 끝나면 어차피 헤어져야 할 사이인데다,
다시 한국에 적응하기에 힘든 장애만이 될 것 같단 어리석은 생각에 거부해버리고 남은
기간 내내 후회하기도 했고, 후에 “여자친구를 만드는 것이 네가 생활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을 거다.”라는 Host Father의 의외의 조언을 듣고는, 이런 문제로 마음을
열어놓고 Host Family, 혹은 코디네이터에게 상담하고 조언을 구하지 않은 것을 후회
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학기초엔 의욕도 넘치고 주위의 도움에 힘입어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던 내 학업에도 지장이 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가 제일 처음 많은 기대를
걸었던 농구부에서도 적응하지 못해 후보격인 C-Squad로 떨어져 경기를 거의 뛰지 못한
아픔도 겪어야 했다.

김주찬의 교환학생 수기 7 - 위기 극복하기

이런 위기 속에 날 도와준 것은 역시나 나의 Host Parents와 Patty(코디네이터),
그리고 주변의 친절한 이웃 분들, 특히 교회 분들이셨다. 나는 천주교신자이지만
목사이셨던 Richard를 따라 Chester Alliance Church를 다니게 되었고, 그 중에서도
교회에 다니는 내 또래 10대 아이들을 위한 Youth Group이란 모임이 있었는데,
리프팅이나 각종 레저등 야외활동도 하고 한 신자 집에 모여 같이 식사도 하고,
각종 게임을 통해 팀워크의 가치나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성숙해지려는 아주 의미있고,
재미있었던 모임으로 기억된다. 이 Youth Group을 할 때만큼은 다른 곳에서의 걱정,
시름을 잊을 수 있었고 또, 호스트 패밀리와 함께 교회에 다니시는 이웃들, 특히
어른들의 집에 방문해 식사도 하며 어울리고, 그들의 조언들을 들을 때는 정말 위로도
많이 되고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또, 농구부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친구들과의 왕래도
적어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 나에게, 농구부연습에 들어가기 전 나를 데려다
주면서 차 안에서 날 위해 기도해주고,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연락하고 집안으로
초대해서 놀 것을 권했던 Host Father Richard와 Coordinator Patty의 위로도 모두
내게 큰 힘을 주었다. 결정적으로, 나만 잘하면 다른 문제들은 다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주위에서 다시 나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아버지와의 통화를 통해 나는 다시 맘을 다
잡고 열심히 생활하기도 했다. 또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다른 아이들이 나와 놀아주지
않는다는 내 느낌과는 달리, 다른 아이들은 내가 그들에게 선뜻 다가가지 않는 것이
그들을 무시하거나 내가 도도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Richard를 통해 듣고서는,
더욱더 진심과 열린 마음으로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리라 마음 먹었다.
이런 내 노력들이 통했는지, 크리스마스 전 Snowball이란 댄스파티에서 나는 다시금 많은
인기를 얻었고, 농구시즌이 끝난 이듬해 봄, 나는 Track&Field(육상)에서 100m&200m Dash,
Long Jump를 주 종목으로 하는 단거리 선수로서 학교에서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학업에도 더욱 열중하여, 아주 뛰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GPA 3.33점으로 Honor Roll을 수상하고,
Montana주 고등학교연합 개최 수학경시대회에서도 입상하는 성과를 얻었다.
이렇듯 내가 열심히 해서 다시 인정을 받게 되니, 정말 아버지의 말씀대로, 농구부에 있을 땐
나를 ‘Stupid Korean’이라고 놀리기 까지 했던 학교친구도 내게 먼저 다가와 ‘Good Job, Thomas!’라면서
악수를 청했다. 역시 실력이 있는 자를 함부로 무시하지 못하는 건, 어디서나 통하는 진리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