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가 한국을 떠나온지도 딱 1주일 되었네요.

뉴욕 도착해서 탱탱 잘 놀고 또 앵커리지 도착해서도 정말 탱탱 잘 놀아서... 일기며 이 뉴스레터며 전혀 쓸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토요일날 Alaska State Fair (그냥 축제라고 하겠습니다) 에 가서 문득 일기를 쓸 생각이 나더라구요. 이 뉴스레터를 빌어 제가 멍청했다는걸 깨닫게 해준 따뜻한곳에 있는 조윤진학생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거기 치킨은 맛있니? :)

네. 그리고 저는 이 뉴스레터를 1달에 2번정도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이는 제가 귀찮더라도 쓰겠다는 하나의 다짐이기도 하구요.(제가 사실 꾸준히 뭘 잘 하는 성격이 아닙니다ㅠ)

음... 그래서 오늘까지 미국에서 있었던 일은! (저도 이어 쓰면서 까먹지 않으려구요!)

1 . 뉴욕에서 CIEE 5th Orientation 이 있었습니다. 2 . 알래스카에 도착을 했습니다! 3 . 호스트 패밀리를 만난지 2일만에 Alaska State Fair에 갔습니다! 3 . Chugiak High School에 처음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4 . ebay에서 핸드폰을 샀습니다 (iPhone sucks) 자 그럼! 제 뉴스레터는 8월 25일 월요일, 아침 7시 30분의 인천공항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건 제 관점에서 쓴 일기형식이므로 아주 주관적이라는 점에 유의해 주십시오. 

7시쯤 되어 송도의 이모댁에서 나왔다. 환전을 해오지 않은 것에 대해서 사촌누나한테 구박도 많이 받고 어떻게 해야할까 걱정도 많이 하던 찰나에 아침식사시간 셋째이모가 식탁에 놓아둔 200달러는 나에게는 한줄기 빛이었다. 사실 그 우리와는 다른 무채색의 종이를 보면서도 내가 미국에 간다는 사실이 피부로 와닿지 않았다. 그냥 저번 원정대 출국때처럼 여행을 가는것만 같았다. 이모댁을 나와서 이모부의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가서도 전혀 실감나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긴 거리는 머리부터 가슴까지라더니 머리로는 내가 공항에 발을 들여놓았고 13시간이 넘게 걸리는 뉴욕행 보딩패스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지했지만 가슴으로는 그러지 못한 것 같았다. 그냥 내손에는 초록색 딱딱한 하드커버에 쌓인 몇장의 종이뭉치가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가족들과 출국장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러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여기 내 직계 가족이라고는 어머니밖에 없구나...’ 이 생각이 들더니 갑자기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과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마치 오래된. 하지만 아주 아끼는 빛바랜 필름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나의 소중한 필름속 할머니는 당신의 얼굴속에는 손자를 향한 걱정이 가득했다. 할머니가 하셨던 마지막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바로 옆에 있는 듯 선명하게 뇌리에 꽃혔다. 아버지는 얼굴이 많이 복잡했고, 그동안 내가 쓴 돈의 무게가 당신의 얼굴을 짓누르는 듯 했다.

마지막으로 외할머니댁 앞에서 아버지와 아주 오랜만에 진한 포옹을 했는데, 그때의 감정들이 공항에서도 아주 섬세하게 느껴졌고, 그로부터 1주일 하고도 2일이 더 지난 글을 쓰는 지금도 뇌리에서 내 눈물을 짜낸다. 하지만 마지막 모습에서 울고불고 하는 모습은 내가 앞으로 보내야하는 1년이라는 시간에 커다란 장애물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평생 안볼 사이도 아니고 1년인데. 정말 꾹 참았다. 하지만 시간은 정말 야속했다. 아주 길 거라고 생각했던 1시간 30분은 그냥 정말로 내 삶에서 가장 짧았던 순간들 중에 하나였고, 마지막으로 어머니와 인사를 나눈 후 보안수속을 밟고 탑승게이트로 들어갔다. 게이트에서 또 오늘 못오신 할머니와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는데 어찌나 보고싶었는지. 중학교 때야 1주일만 참으면 볼 수 있었지만 그 52배를 더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짧지만 아련했던 통화를 뒤로하고 외항사 탑승동으로 이동해서 디트로이트로 가는 델타항공 비행기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