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의 첫 한끼였던 호텔 석식 뷔페는 솔직히 많이 실망이었다. 볶음밥, 치킨같은 다양한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는건 정말 좋았는데 볶음밥은 서양애들 몸매마냥 늘씬하고 길쭉한 인도쌀을 써서 밥알끼리 서로 안친했다. 네팔, 인도에 다녀왔을때부터 안남미는 정말이지 싫었다. 입 속에서 서로 하모니를 이루면서 맛이 싹 모아져야 하는데 이것들은 도무지 서로가 안친해서 혀로 자꾸 가운데로 모아도 퍼져나가기 일수다. 그래서 괜찮을만한 고기들을 좀 펐는데 또 이 고기들은 어릴적부터 소금만 먹고 자라온 것 처럼 간이 정말 셌다. 내가 바닷가에 살아서 웬만큼 짠건 잘 먹는데도 짰다.(지금 있는 호스트집 음식은 정말 괜찮다. 매일 저녁은 가족끼리 고기를 먹는다! 유후!) 그래서 정말 최선을 다해 한 접시를 먹고, 또 내가 아주 좋아하는 쿠키와 빵들로 때우려고 그 둘을 조금 펐다. 그랬더니? 맞다. 내가 기대했던 담백한 맛은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버터쿠키는 단맛이 버터맛을 가렸고, 빵들도 마찬가지로 하나같이 다 달았다. 짜고 달고. 우리보다 더했다. 근데 또 그게 싱겁다고 소금을 더 뿌려먹는 독일 친구란... 요즘 말로 컬처쇼크. 문화충격이라는 말이 이런거구나 실감했다. 요즘말로라니. 난 아직 말로가 아닌데. (호우! 라임이죠. 알래스카 과학 시간에 제옆에 앉아서 떠들어 대는 흑인 친구가 이걸 참 잘해요.) 저녁을 먹고나서는 한국에서 정대리님이 말씀 해 주셨는지 누가 말씀 해 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소셜라이징 이라는 것도 해 봤다. 정말 그냥 1도 모르는 사이인데 다가가서 헬로! 프롬? 우왕ㅋ굳ㅋ 이렇게 말이다. 근데 정말 신기한게 한국에서는 이런 행동을 하면 쟤는 이상한 애다 라고 생각하겠지만 여기는 모든 애들이 이렇게 해서 따라했을 뿐이었다. 게다가 이게 대화의 시작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특징은, 보통의 아시안 친구들과 유러피언, 남미 친구들 사이에서 두드러지는 차이를 보였다. 나는 수학을 정말 싫어하지만 수학적인 분수로 비유하자면, 우리가 사는 곳에서는 두 분수의 분모가 같은 공통분모라는 전제 하에서 첫 인사가 이뤄진다. 말하자면 둘 사이에 대화이전의 뭔가 특별한 공통점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여기는 달랐다. 두 분모의 분모가 다르더라도 공배수를 곱해서 같게 만든 뒤 셈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공통점들을 만들어 나가기가 아주 쉬웠다. 다른 나라에서 왔다는 점, 같이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간다는 점, 나이대가 비슷하다는 점. 그거면 충분했다. 다른건? 그 다음부터 만들어 나가면 되었다. 그렇게 나는 전 세계에서 온 많은 친구들을 알고 사귈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