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한 여자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문자를 보냈다.

"Hey, I need a date for the prom. Would you like to go with me?"

차마 숫기가 없어 직접 물어보지는 못하고, 방에 앉아서 초조하게 답장을 기다렸다.

"Sure, I will go with you."

휴... 성공했다. 아마도 여자한테 이런 질문을 한 것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Prom은 주로 미국 고등학교에서 Junior와 Senior들을 대상으로 하는 댄스파티이다. 작년 Homecoming때는 그냥 친한 친구들이랑 갔지만, Prom때는 대부분 짝을 구해 가는 거라고 해서, 용기를 내서 물어보았다. Haley. 원래부터 관심은 있었지만 같이 듣는 수업이 거의 없어서 친해질 기회가 없었던 아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조금 더 친해지고 싶었다.

막상 파트너를 구하고 나니, 준비할 것이 많았다. 먼저 Prom에 갈 때는, 남자들은 턱시도, 여자들은 드레스를 입는다. 여자가 드레스를 사면, 데이트인 남자는 주로 조끼, 와이셔츠나 넥타이 색깔을 맞춰서 턱시도를 주문한다. 물론 돈을 조금 더 내고 옷을 사도되지만, 턱시도는 전통적으로 빌려 입는 것이라고 들었다. 나도 120달러가 넘는 돈을 들여 검정색, 회색의 턱시도를 빌렸다.

Prom날이 되면, 남자는 여자에게 corsage를, 여자는 남자에게 boutonniere라고 불리는 장신구를 선물한다. 여자는 주로 손목에 차고, 남자는 가슴에 꽂는데, 종류가 다양하다고 들었다. Haley와 나는 서로 빨간색 장미를 사주었다. 매칭이 되는 꽃을 사서 보기에는 좋았지만, 생화를 몸에 달고 있는 거라 당일에는 조금은 불편했다.

이제 중요한 준비물 두 개는 준비됐다. 남은 것은 저녁식사 결정이다. Prom이 시작되기 전에 대부분 저녁식사를 밖에서 한다. 이때는 당연 남자가 데이트의 비용까지 내 주는 것이 순서이다. 먼저 우리는 둘이서 저녁식사를 가는 것 보다, 친한 친구 몇 명과 같이 가기로 했다. 보통 댄스파티에 갈 때는 친구들과 그룹을 지어 가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총 6명이 그룹이 되었다. 그래도 조금은 비싼 음식점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우리는 ‘Cheese Cake Factory’라는 곳으로 가기를 결정했다. 이렇게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는 5월 1일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5월의 첫 날은 토요일이었다. 그날 점심을 먹고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다듬었다. 돈은 조금 깨졌지만, 오랜만에 멋을 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니 쓴 돈이 그리 아깝지는 않았다. 집에 와서, 턱시도가 처음이었던 나는 호스트 어머니 Heather의 도움을 받아 겨우 빌려온 옷을 입을 수 있었다. 이윽고 가까운 친구네 집에서 6명이 모두 모였다. 다들 멋진 복장으로 사진도 많이 찍었고, 나는 Haley와 가져온 장미를 교환했다. Heather는 거기서 나에게 깜짝 선물로 75달러짜리 식당 gift card를 주셨는데, 덕분에 나는 식당에서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너무 감사했다.

7시쯤 되어 파티 장으로 갔다.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는 전문사진사가 사진을 찍어주었는데, 나중에 맘에 드는 사진을 골라 주문할 수 있었다.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안에서는 노랫소리가 들렸다. 앞에는 춤을 추는 무대가 있었고, 많은 테이블이 둘러있었다. 옆방으로 가 보니 갖가지 음료수와 간식거리도 놓여있었다. 베란다에서는 경치가 좋았고, 그날 다행히 날씨도 나쁘지 않았다.

사람이 많아지니 무대 위도 붐볐다. 신나는 댄스음악이 나오면 다 같이 시끄럽게 춤을 췄고, 조용한 음악이 나올 땐 데이트가 있는 사람들만 슬로우 댄스를 췄다. 내가 춤을 춘다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했고, 특히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Haley와 춤을 출 때는 조금 쑥스러웠지만, 기억에 남을만한 시간이었다.

Homecoming 파티를 했을 때는 데이트 없이 친구들과 어울려 오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이 날에는 그리 많지 않았다. 특히, 원래 남자가 여자한테 데이트신청을 하는 거라 그런지, 혼자서 온 남자는 한 명도 없었다. 남자로부터 신청을 기다려야만 하는 여자들이 조금은 불공평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11시가 되어 드디어 파티는 끝이 났다. 어느새 밖은 깜깜했고, 비도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돈도 많이 들었고, 긴장도 많이 했고, 여러모로 힘들기도 했지만, 정말 값진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친한 친구들과 같이 있어서 더 재미있었고, 특히 Haley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가장 좋았다.

- June 3,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