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안타까운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미국에 일 년만 갔다 오면 영어는 마스터할 수 있다’, ‘미국에서 공부하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 훨씬 잘 될 것이다’하는 소문이 한국 아줌마들 사이에 돌다보니, 너도나도 무분별하게 자식 미국유학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니 요즈음에는 해외 조기유학이라는 거창한 이름 아래 준비도 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을 먼 나라에 홀로 떨어뜨려 놓는 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미국에서 원어민들과 지내면 내 아이도 원어민처럼 될 거라는 생각은 제발 버리자.

여름방학이 되어 나는 한국에서 다니던 교회에 다시 출석한다. 지난주엔 미국에서 지내다가 방학을 맞아 나처럼 한국으로 온 친구 두 명을 만났고, 같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 아이들은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버지니아 주에서 미국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들은 바로는 학교에서 사실상 영어를 한마디도 쓰지 않고서도 학교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한국 학생이 많다고 한다. 또 가까운 거리의 시내에만 가도, 한국 음식점, 노래방, 찜질방 등 놀 거리가 많이 있어서, 몇몇 친구들은 그저 한국생활 하듯이 미국에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마음의 준비도 안 된 어린 학생들이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물론 이런 곳은 미국의 일부이다. 이렇게 한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미국의 도시는 그리 많지 않고, 이 부분은 교환학생을 준비할 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미국에서의 공부가 성과를 보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학생 본인에게 달렸다는 것이다. 학생이 미국에서 사교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가, 성숙하게 홀로 자립할 수 있는가, 성실하게 공부할 수 있는가는 무턱대고 ‘미국 유학!’을 외치기 전에 꼭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다. 또 이런 것들은 미국에 간다고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 아님을 반드시 알자.

미국 명문대에 합격한 몇몇 교환학생의 성공사례들을 본다. 그리고는 생각한다. 아, 미국에서 공부하면 저렇게 되는구나.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가, 그들의 실력은 어떠했는가는 곧잘 생각하지 않는다. 또 이런 ‘성공’들에 묻힌 더 많은 ‘실패’들은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사례들에 반해버린 일부 부모들은 아이들을 심하게 자극하고, 스트레스를 준다. 그러다 아이의 미국 유학을 결정한다.

아이는 아직 초등학생, 준비가 되지 않았다. 미국에 온 아이는 혼자서 외로움에 빠지고, 공부에도 흥미를 잃는다. 하지만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 전화통화로는 ‘엄마 저 잘 지내요’. 그렇게 말한다. 호스트 가족들도 열심히 하는 아이가 대견스럽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럽다. 실제로 이런 일이 종종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교환학생을 가는 것이 그렇게 쉬운 결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교환학생을 마친 후 한국에서의 적응문제도 반드시 생각해야할 것이다.

- June 16,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