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교환학생으로 오기 바로 전날 새벽, 나의 호스트를 만나면 맛있는 한국요리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나에게는 금보다 훨씬 소중한 잠을 포기해가며 간장 떡볶이를 엄마에게 배웠다. 반은 짐 챙기느라 고생해서 꼬르륵거리는 나의 위장 위해, 반은 진심으로 요리를 배우기 위해...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고기를 좋아하는 나는 채식주의자 가정에 떨어졌고 고기를 뺀 김밥? 고기를 뺀 카레? 생각하기도 싫었고 그렇게 생각하자니 귀찮아졌다.

Host Appreciation Day(어느 날 갑자기 재단에서 호스트 감사의 날이라고 편지가 와서 알게 되었다.) 햄을 빼고 김밥을 만들어 주었는데 정말 맛이 없었기 때문에 다음에는 거의 시도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패스트푸드에 만족하는 가정이고 특별히 내가 요리하는 것을 바라지도 않았기 때문에 이러저러하게 8개월이란 시간을 보냈다. 힘든 일들을 모두 정리하고 6주 정도 남은 시점에서 나는 새로운 호스트 가족을 만나게 된다. 정말 여러 가지로 많이 지쳐서 힘든 상태였지만 새로 만난 호스트가 남 같지 않게 너무 익숙하고 좋았다. 내가 옮긴지 하루도 되지 않아 우리는 집을 휘젓고 다녔다. 이런 사랑스런, 에너지가 찬 가족들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나눠준 선물 같은 것들 말고 무언가 특별한 것이 없을까 생각했을 때 나와 같이 미시간에 교환학생으로 온 친구 희재를 생각했다.

희재네 집에 내가 놀러 갈 때 항상 희재는 가족을 위해 맛있는 요리를 한다. 생전 봉지라면 밖에 끓여보지 않은 내가 결심을 했다. 꼭 이 사람들에게 맛있는 한국요리를 해주겠노라고... 바로 핸드폰을 집어 들고 희재한테 내 메일로 불고기 레시피를 보내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는 나의 호스트맘인 Libby한테 내가 한국요리를 할거라고 하고는 시간을 정했다.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해주는 한국 요리, 이왕이면 가까운 사람도 조금 부르자 해서 우리 가족을 포함해 13명의 사람이 모이기로 했다.

앗, 처음부터 시련의 길... 요리 전날에 Libby가 고기를 사왔는데 썰려있는 것이 없었단다. 커다란 스테이크형 고기 5뭉치... 미친 듯이 썰었다. 가뜩이나 다음날이 학교 마지막 날이어서 영어 포트폴리오 에세이를 써야 했는데 썰다가 쓰다가 썰다가 쓰다가... 한 시간, 두 시간... 새벽이 되자 겨우 다 썰고 자랑스럽게 한국에 있는 엄마에게 전화했다.

“엄마! 내가 불고기를 할 거에요!! 방금 고기를 다 썰고 양념에 버무렸어요;;) 나 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