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리학교에선 Academic Award Ceremony가 열렸다. 말 그대로 학업에 두각을 나타낸 학생들을 위한 시상식이었는데, 좋은 성적을 유지한 덕에 나도 Eastern High School PTSA Academic Award 를 수상할 수가 있었다.  1학기에도 올에이를 맞은 덕에 Principal's Honor Roll이 집으로 배송온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니 기분이 더 좋았다. Principal's Honor Roll 이나 Academic Award나 그렇게 크고 대단한 상은 아닐 지 몰라도 나에게 있어서만큼은 정말 큰 의미가 있는 상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 나는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나를 배려해주는 우리 가족과 살았고 또 그런 학교를 다녔었는데 미국에 와선 정 반대였다. 같은 학교를 다니는 호스트 시스터 두 명은 내가 집에 와 숙제와 공부를 할 때마다 옆에서 방해하고 비아냥거리기 일쑤였고 좋은 성적을 받고 싶어 하는 나를 조금도 이해해주고 배려해주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게 너무 짜증나서 호스트 시스터들을 원망하고 심지어는 나 자신이 너무 불쌍하게 여겨졌는데 생각해보니까 불쌍한 건 내가 아니라 걔네였다. 하루에 뭐 많은 시간도 아니고 딱 두어시간 투자해서 복습하고 공부하면 좋은 성적 받을 수 있고, 설령 좋은 성적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좋은 성적 받아서 손해 볼 건 하나도 없는데 그걸 못 깨달아서 그 두어시간을 쓸데없는 웹서핑에 낭비하고 있는 걔네가 더 불쌍한 거였다.    

물론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와서 공부만 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나 같은 경우는 Powder Puff Girls' Football Team과 Spring Sing Team, 그리고 Interact Club에 가입했는데 이렇게 스포츠팀과 교내 합창단, 봉사활동 클럽에 가입함으로써 나는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음은 물론이고 학교에서 열리는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었고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팀원간의 연습과 봉사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보람도 느낄 수 있었다.

좋은 성적과 다양한 과외활동. 딱 여기까지만 읽으면 내 학교생활이 마냥 바람직하기만 한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사실 그런 것도 아니었다. 앞에선 천사같은데 내 뒤에선 끊임없이 내 험담을 늘어놓는 친구 때문에 한 동안 공부도 손에 잡히지 않고 우울해있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때 옆에서 위로도 많이 해주고 신경쓰지 말라고 다독여준 몇 몇 친구들 덕에 다시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어디를 가든 마찬가지겠지만, 친구들 중에는 나를 정말 잘 이해해주고 생각해주는 친구가 있는 반면 가식적인 친구들도 있다. 근데 다른 점이 있다면 태어나서 자라온 한국이 아닌 생전 처음와본 미국 땅에서 그런 친구들 때문에 고생하면 열배는 더 의기소침해지고 힘들다는 거. 미국에서는 소위 이런 친구들을 'fake'라고 부르는데 fake인 친구들.. 아니 사람들때문에 고생하는게 싫다면 자기 자신이 먼저 가식적인 모습을 벗어버려야 하는 게 맞다. 간혹가다 정작 fake인 건 자기 자신인데 자기는 fake인 사람이 너무 싫다고 습관처럼 떠들고 다니는 애들도 있는데, 정말 아이러니다. 자기 자신이 fake인 건 생각 안하고, 휴.. 지금은 정말 착한 친구들이랑 학교 잘 다니고 있지만 한동안 힘들고 의기소침했던 적이 있어서 그냥 이렇게 적어봤다. 

결론을 말하자면 미국 교환학생으로서 학교 생활을 잘하기 위해서는 학업, 과외활동, 교우관계 이 삼박자가 잘 맞아야된다. 간단해보이지만 이것처럼 힘든 일도 없다. 한국에 돌아갈 때가 다 되어가는 나도 가끔은 여전히 이 세 개의 균형을 잘 맞추기 위해 끙끙대야 할 정도니. 그래도 나는 나의 학교생활에 너무 만족한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최선을 다했다는 걸 아니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