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메건 집에서 5시까지 아카펠라 연습을 하구 왔다. 좀 힘들었긴 해두 이제 제법 그럴듯 한 소리가 나오는 듯 해서 뿌듯했다. 게다가 내일은 학교도 쉬는 날이고! 마음이 가뿐하니 정말 좋다.

오늘은 '이름' 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매일 쓰고, 듣고, 말하는. 나랑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단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는 내 이름! 그런 이름을 미국에 오기에, 더 나아가서는 미국 학교에 다니기에 앞서 바꿔야 하나 (물론 10개월만이지만!) 말아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는 예비 교환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정말 별거 아닌 거 같아보이지만 정말 미국 학교 생활하면서 이름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물론 다 그렇다는 건 아니구 내 경우에는 그랬다.) 나는 미국에 가기 전에 Jackie라는 영어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전화영어 수업을 같이 하던 원어민 강사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셔서 엄마, 아빠랑 같이 지은 이름인데, 그 때 영어학원에서 몇 달 간 쓰다가 그냥 잊어버린 이름이다.
호스트 가족에게 편지를 쓸 때도 나를 Jackie라고 부르려면 불러라, 하고 써놨는데, 나중에 와서 들어보니 그게 그렇게 웃길 수 없었단다.

결국 나는 미국에 와서도 Jackie라는 이름 대신 Jooyoung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택했고, 좋은 의도에서였지만 사실 조금 후회도 했다. 내가 Jackie가 아닌 Jooyoung이라는 이름을 택한 데에는 어릴 적 읽은 성악가 조수미님의 위인전의 영향이 컸다. Nelson Cho가 아닌 Sumi Cho (사실 Sukyung이지만 쉬운 발음을 위해 Sumi로 바꾸셨다고 해요~)로 세계에 '한국인으로서의' 자신을 알리고자 굳이 자신의 한국 이름을 택하셨다는 그 일화가 나는 너무 마음에 와 닿았고, 결국 나도 '그래, 나도 그렇게 해보는거야. 한국인답게, 주영이라고 하자. 재키가 뭐야 재키가.' 하면서 친구들한테 열심히 내 이름을 소개했다. 물론 지금은 모든 친구들이 내 이름을 똑부러지게 잘 발음해줘서 고마울 지경이지만, 학기 초만 해도 내 이름을 소개하는 데 정말 애를 먹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Hey, so what was your name again?"

"It's Joo-young."

"Julia? Huh okay."

"No, I said 'J-O-O Y-O-U-N-G'"

"Choo - young?"

"Well, it's Joo-young but you can just call me 'Joo' if you want to."

"Jew? Haha you look totally asian though.."

정말 이 때만 해도 내가 왜 Jackie가 아닌 Jooyoung이라는 한국 이름을 택해서 이름 하나 소개하는 데도 이 고생인 지 참 후회를 많이 했다. 만약 이런 고생을 할 준비가 아직 덜 된 학생이 있다면 얼른 이쁘구 멋있는 영어 이름을 하나 미리 만들어 놓길 바란다. 후회도 참 많이 했지만 그래도 뿌듯했던 적도 참 많았다. 전교에, 심지어는 이 동네 사람들이 아는 사람 중에 Jooyoung은 정말로 나 단 한 사람 뿐이라는 건 정말 좋았다. 보통 미국에는 우리가 'Brandon'(예를 들어서) 이라는 친구에 대한 얘기를 한다 치면,

"Hey, do you know this one dude named Brandon?"

"Brandon? Brandon who?"

라고 해서 last name을 물어봐야 할 정도로 흔한 first name들이 많아서 가끔씩 헷갈릴 때도 많은데, 물론 자기네들끼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지만 굳이 내 이름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게 너무 좋았다. 특별한 기분이 들 때도 많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지금에 와서는 Joo-young으로 불린다는 게 후회스럽기보다도 그냥 잘했다싶다. 어찌됐든 나는 여기 '한국 교환학생' 으로 온 거구, 내 이름만으로라도 조금이나마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앞으로 돌아다니다가 '주영' 이라는 다른 이름을 가진 동양 여자애를 보게 된다면 꼭 나를 떠올릴 거라는, 가서두 이스턴 하이를 잊지 말라는 친구들 말을 들을 때면 마음이 찡해지기도 한다.

휴.. 정말 두서 없는 글이 되어버렸다. 이름 얘기하다가, 어디까지 샌 건지. 아무튼 결론은, 한 번에 딱 기억되는 쉬운 영어이름을 만들어도 좋고, 자기 한국 이름을 그대로 써도 좋다는 거다. 이건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한테 달린 거니까. 그래도 내가 단 한가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이름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거다. 사람이 이름을 닮는 게 아니라 이름이 사람을 닮아가는 거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