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생애 마칭밴드 대회 첫번째 날...........

토마스하이스쿨에서 아침 열시부터 네시까지 연습하고 엄마들이 가져온 저녁을 먹었다.

카우존?이라는 엄청 큰 피자같은 음식이었는데 진짜 무식하게 컸다.

나 완전 많이 먹는걸로 둘째가라하면 서러울 정도로 식순인데 나도 다 못 먹은 걸 보면ㅋㅋㅋ진짜 어마어마하게 컸다..

사진을 찍었어야 됐는데ㅠㅠ

 

어쨌든 저녁을 먹고 유니폼 바지만 갈아입고 상의는 가지런히 개어서 가방에 넣고

딩클(Dinkles, 마칭 전용 구두)이랑 모자랑 들고서 스쿨버스에 탔다.

규모가 크다 보니까 버스도 4대로 나누어서 탔는데 각 버스마다 엄마들이 진을 치고 서서

애들이 짐 다 챙기고 타는지 일일히 검사를 하는데ㅋㅋㅋㅋ

미국이라고 엄마아빠 간섭 아주 없는 건 아니구나 느꼈던 게

진짜 우리 밴드만 그러는 건 줄 알았는데 오늘 대회가서 보니까

전부 다 학부모들이 더 난리...다들 밴드자켓 입고 다니고

마칭밴드 뱃지도 대회때마다 팔아서 사람들이 많이 사는데 부모들이 다 자켓에

"Band mom", "Band dad", "Most of all, I'm a band mom" 이런 뱃지 달고 다니고ㅋㅋㅋㅋㅋ

마칭밴드 하나로 진짜 몇십명이 대동단결되는지..참 신기하다.

 

삼십분 정도 버스를 타고 대회가 열리는 고등학교에 도착했다.

다른 학교 밴드들도 엄청 많이 왔는데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고

왜이렇게 유니폼들이 예뻐보이는지...ㅋㅋㅋㅋㅋㅋㅋ

음악도ㅠㅠ우리는 로빈후드 찰리채플린 헐리우드 이런 클래식 하는데

다른 밴드는 신기한 음악도 많이 했다.

해리포터 테마 하는 학교도 있었는데 그 밴드 드럼메이져 코스튬은 망토였다ㅋㅋㅋㅋㅋ폭풍맵시

나도 해리포터 하면 잘 할 수 있을 거 같은데ㅠㅠ하면서 계속 그 밴드 쳐다봤더니

애들이 보지 말라고, 우린 대회 전에 다른 밴드 구경 안한다고 그래서

다들 그렇게 하는 줄 알았는데 우리 밴드만 다른 밴드 절대 못 보게 하고 있었다.

우리 순서 되기 한 차례 전에 먼저 필드 입구에 서서 대기하는데

디렉터가 펜스 보고 서라고 해서 필드에서 등돌리고 서 있었다ㅋㅋㅋㅋㅋ

난 계속 궁금해서 고개돌리다가 캐리가 옆에서 소정!!!스탑뤀킹!!ㅠㅠ

 

 

여차저차해서 우리 순서가 시작되었다.

사회자?가 Webster High school marching band, You may take the field in this competition! 이라고 외치는데

이건 매 대회마다 하는 소리라고 한다. 물론 모든 학교한테ㅋㅋㅋㅋㅋ

그냥 용기 불어넣어 주는 격려인사 정도?ㅋㅋㅋㅋ어쨌든..

쇼가 시작되니 필드 바깥에 서 있던 심판들이 뛰어들어와서 우리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무전기에 대고 뭐라뭐라 계속 소리치는데

난 내 일 하는 것도 정신없어서 뭐라는 건지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심판들이 소리치는 게 다 점수가 되는 건데ㅠㅠ진짜 내가 실수라도 하나 하면 바로 앞에서 보고

지금 한 명이 틀렸다고 하기라도 할까봐 엄청 조마조마했다.

대회 전에 에이미가 Stupid Judges will running through whole field, so if they're on your spot,

you can just run against him! 이라고...심판이 니 자리에 있으면 그냥 가서 부딪히라고

아니면 눈 쳐다보고 Drill!이라고 외치면 알아듣고 피해줄 거라고, 그럼 점수 오히려 더 준다고

그러길래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심판들이 다 내 자리만 피해다녔다ㅠㅠㅋㅋㅋ

 

드럼솔로 같이 춤도 들어가 있고 미친듯이 마칭하는 부분은 오히려 쉬운데

발라드가 진짜 힘들었다. 배에 잔뜩 힘주고 뒷걸음질 쳐야하고..그것도 엄청 천천히!!

어쨌든 어제보다는 훨씬 나은 쇼였다. 스탭들도 다 만족했고^0^

이렇게 내 첫 대회가 끝이 났다.

모든 밴드의 순서가 끝나고 심판들이 점수를 확정할 때까지 우린 버스 앞에서

아줌마들이랑 스탭들이 가져온ㅋㅋㅋ과자들이랑 음료수를 먹었다.

Candy Gram이라는 이벤트 같은 게 있는데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쇼 구경와서

스니커즈, 젤리, 피넛버터컵 이런 캔디바들을 사서 짧은 메세지와 보내는 사람, 받는 사람을 쪽지에 적어서

보내주는 거다. 난 호맘호파한테 하나, 알리사 동생 애비한테 세 개나 받았다.

역시 새콤달콤 효과인가봐^^..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버스 앞에서 애들이랑 놀고 있다가 디렉터인 미스터윌이 점수를 받아서 가져왔다.

우린 76.XX점이었고 위에서 세번째였나? 네번째였나..여튼 등수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앞으로 있을 대회에서 점수를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그래도 첫 대회치고는 정말 만족스러운 쇼였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애들이랑 얘기도 하고 참 재밌었다.

연말에 밴드 필드트립도 간다는데 그땐 더 재밌을 거 같다. 열 몇 시간동안 관광버스 타고ㅋㅋㅋㅋ

집에 오자마자 다이어리 쓰는데 졸려 죽는 줄 알았다. 내일이 일요일이라는 게 정말 감사하다ㅠㅠ

힘들긴 하지만 이렇게 대회 나가면서 마칭밴드의 재미를 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