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늘! 영어시간에 한국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며칠 전에 수업 끝나고 애들이랑 얘기하다가 한국 학교 궁금해하길래 갤플로 이화여고 사진 보여주는데
선생님이 와서 정말 멋지다면서 다른 애들도 궁금해할 거라고 수업 시간에 프리젠테이션 좀 해줄 수 있겠느냐고 하셨었다.
난 진짜 바라던 바라고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대답했고
학교 사진만 덜렁 보여주기엔 뭐해서 일주일 동안 열심히 서울사진, 제주도사진, 부산사진, 온갖 문화유산 사진,
온갖 교복사진, 드라마 및 영화 스틸컷 등등 외국 십대들 관심끌만한 모든 사진을 모았다.
외장하드에 꽉꽉 담아온 예전에 프리젠테이션했었던 자료들도 넣고!
사진은 너무 많고 시간은 20~30분 정도로 예상해서 딱히 어떻게 말할지는 준비하지 않았고
예전 경험을 바탕으로 대충 머릿속에 할 말을 넣어갔다.
사실 반 애들 분위기가 그다지 모범생들은 아니고 운동하는 애들이 대부분이라서
고루하고 긴 설명은 다 빼고 흥미를 끌 만한 얘기들 위주로 설명했다.
밤 열시까지 야자하는 얘기는 완전 기본이고 특정 수업 빼고는 한 교실에서 하루 종일 수업한다는 것,
한국 자체는 작은데 인구수가 정말 많아서 넓은 땅덩어리에 여기저기 퍼져 사는 미국이랑은 전혀 다른 분위기라는 것,
인구수 때문에 사람들이 대부분 아파트에서 사는데 미국에서의 아파트에 대한 인식과는 달리 고급아파트도 많고 살만하다는 것,
학교마다 전부 교복이 다르고 교가도 있고 카톨릭이 아니여도 남고 여고가 꽤 많다는 것,
서울은 교통수단이 정말 잘 발달해서 관광할 때 굳이 오랜시간 이동하지 않아도 지하철이나 버스, 택시로 금세 둘러볼 수 있다는 것 등등
여기 생활과는 너무 다른 이야기라 그런지 애들이 정말 하나하나 다 신기해했다.
그리고 무슨 질문이 그렇게 많은지ㅋㅋㅋㅋ사진 한 장을 그냥 못 넘길 정도였다.
(사진:이화여고홈페이지)
애들이 제일 신기해했던 사진!
오픈에어 띠에러라니까 너무 사전적인 단어였는지 그냥 스타디움이라고 강제수정당했다ㅋㅋㅋㅋ
학교 주변에 높은 건물 있는 걸 정말 신기해 하더라.
이 급식실 사진이랑 매점, 카페를 차례로 보여줬더니 애들 갑자기 대혼란ㅋㅋㅋㅋㅋㅋ
왜 카페테리아가 3개나 있냐고 질문이 쏟아지는데 딱히 뭐라 할 말이 없어서
이 사진이 카페테리아고 매점은 쉬는시간에 스낵킹하는 곳이고 카페는 그냥
서양음식 파는곳ㅋㅋㅋㅋㅋㅋㅋ이라고 했더니 완전 빵터짐
그 외에도 제일 반응 좋았던 건 체육관! 어떻게 체육관이랑 도서관 빌딩이 따로 있을 수가 있냐고 그랬다.
학교 앞에 덕수궁이라는 궁이 있는데 그 궁이랑 학교 사이에 난 돌담길을 따라서 등하교한다고 그러니까
정말 부러워했다. 지하철로 등하교한다는 건 정말 미국 고등학생들한테 신세계ㅋㅋㅋㅋㅋ
정말 예쁜 돌담길이지만 일본이 식민통치할 때 왕족이 살던 궁을 반으로 갈라서 낸 길이라고,
원래는 엄청나게 컸지만 그 때 손실이랑 일제가 낸 화재때문에 건물들이 많이 사라지고 지금은
작은 궁이 되어버렸다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국 여고생들이라고 이런 사진들도 보여주고ㅋㅋㅋㅋ
사진 찍을 때 브이하고 얼굴에 손 갖다대고 찍는 게 진짜 신기한가 보다.
저게 뭐냐고 Peace냐고ㅋㅋㅋㅋㅋ
경복궁, 덕수궁 사진은 예전에 야간개장 했을 때 직접 찍었던 사진들을 포샵해서 보여줬더니
다들 하나같이 아름답다고! 정말 자랑스러웠다.
한강이나 세종로, 심지어 제주말까지 진짜 다양하게 소개하려고 노력했지만
30분이 길면서도 은근히 짧은 시간이라서 원했던 만큼 보여주진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웠다.
그래도 저렇게 어메이징한 나라 떠나서 왜 미국에 왔냐는 소리까지 들었으니
미국에서의 내 첫번째 프리젠테이션은 꽤 성공한 것 같아서 뿌듯하다
20명이 조금 넘는 미국 아이들일지라도 그 애들에게는 동양의 어느 작고 사소한 나라일 뿐이였던 코리아가
내 짧은 프리젠테이션으로 어느정도 친숙한 나라가 되었다는 게 나에게는 정말 큰 기쁨이었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언제 또 이런 갑작스러운 기회가 찾아올 지 모르니 미리미리 자료들을 준비해 두는 것이다.
사소하더라도 정말 이렇게 내 힘으로 한국을 알릴 수 있다는 게 너무 뿌듯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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