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인터네셔널 클럽에서는 호박 꾸미기를 진행했다.
대체 인터네셔널이랑 호박이랑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할로윈이 다가오니까 학교에서 하는 온갖 행사에는 호박이 관련되어 있다.
다음 주에는 물리시간에 펌킨런칭이라는 것도 하고..어쨌든 별 게 다 할로윈스럽다.

사실 어제 새라랑 나나카가 호박이랑 물감사러 쇼핑가자고 했는데 콘서트때문에 시간이 없었다. ㅠㅠ
결국 집에 굴러다니는 호박 주워와서 페인팅 했지만
뭐 나중에 먹을 것도 아니고 영구보관 할 것도 아니고 잠깐의 재미를 위한 건데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뭐라고 쓸 지 고민하다가 한글이 진리인 것 같아서 "할로윈"이라고 크게 쓰고
위에는 인터네셔널 클럽 영어로 쓰려고 했는데...했는데... 쓰면서 애들이랑 계속 수다떨다 보니까 머리랑 손이랑 따로 놀아서 스펠링이 아주 웃기게 되어버렸다. ㅋㅋ Club 쓸 자리도 없고... ㅋㅋ
그래도 뭐 인터네셔널 할로윈 아주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니까 뭐... ㅋㅋ

할로윈 호박 꾸며본 건 처음인데 정말 재미있었다.
페인팅하면서 새라한테 계속 한글 가르쳐주고... 얘가 결국 한국에 교환학생 가고 싶은 모양이다.
정말 한류가 뭐길래... ㅋㅋ 참 대단하다 싶다.

한글이 모양도 예쁘고 새로워서인지 보는 애들마다 이게 무슨 원리인지, 무슨 구조인지 정말 궁금해해서 계속 가르쳐 주다 보니 점점 한글 가르치는 게 익숙해질 지경인데 아무래도 문법도 다르고 발음도 미국인들한테 정말 어렵고 하니까 은근히 이해시키기가 힘들다.
모국어 가르치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내가 제일 잘하는 게 모국어일 텐데... ㅠㅠ 하~ 자괴감 느껴진다.

오늘은 그냥 넘어가나 했는데 그 일본짱팬 선생님이 또 일본 여자애들한테 제이팝 틀어달라고 찡찡~
재패니즈푸드 먹어보고싶다고 찡찡 일본가고싶다고 찡찡... ㅡㅡ...
으아니 이아줌마가ㅡㅡ 여기 한국인 있거든요??
일본여자애들이 결국 일본음악 틀어주겠다고 유튜브 들어가서 켠 게... AKB48...

아무리 서양애들이 일본에 환상 있다지만...대부분 여자인 여기서 에케비는 안 먹힐 게 틀기 전부터 저명했다. 그것도 무슨 콘서트 영상을 틀어놔서 정확히 48명인지도 뭔지도 모르겠다만 암튼 소녀들이 우르르 나와서 교복입고 갈라진 앞머리 하고 꺄꺄거리는 무대 전 영상? 그런 것도 나와서 진짜 그래도 미국애들보다 일본문화 익숙한 나한테도 거부감 느껴졌다. ㅋㅋ
(에케비한테 악감정없음. 그 영상이 유난히 부담스러운 영상이었음.)

아니나 다를까 반응 완전 쎄하고..일본짱팬 선생님이 겨우 한마디 하셨다. "이..이게 제이팝이라는 거구나 하핳"

I....like....it....진심 딱 이 어조로 말함... ㅋㅋ

내가 결국 케이팝 들어보셨냐고 이거랑은 좀 다른스타일인데 한번 들어보실래요?? 하고 가서 투애니원을 검색했다. 내가제일잘나가 뮤직비디오 한 번 보여줬을 뿐인데... 진짜 오바 하나 안 더하고 에케비 나올 때 무표정하게 호박 색칠하던 애들이 붓 놓고 입벌리고 쳐다봤다.

여자애들인데도!! 투애니원 역시...ㅠㅠ 자랑스러워요 언니들...ㅠㅠ
더 놀란 건 두세명이 어 나 저거 안다고 한국 걸그룹이라고 유튜브에서 봤다고 하는 거다!!
선생님도 이번엔 진심에서 우러나온 목소리로 맘에 든다고 하셨다.

암튼 미국애들한테 투애니원 이효리 빅뱅(특히 지디앤탑) 보여줘서 안 먹힌 적이 없는듯 하다.
마칭밴드 애들한테 앱스 뱅 일본어버젼 뮤비 앞부분 드럼치는부분만 보여줬더니 완전 좋아하고... ㅋㅋ 반응 좋아서 빅뱅이랑 브라운아이드걸스 차례대로 틀었더니 진짜 좋아했다. 인터네셔널 클럽 한류클럽으로 만들기세~ 
미국 와보니까 생각보다 애들이 일본 너무(심각하게) 좋아하고 우리학교에 유독 그런 마이너 성향 가진 애들이 많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심지어 팹랠리때는 일장기 단 애도 보고... 일본어 써진 티셔츠도 꽤 보고 어떤 여자애는 아예 점심을 매일매일 일본식품점에서 사와서 먹는다.
음료수까지도... 그런 애들은 너무 푹 빠진 애들이라 아예 상대도 못하겠고 그런 거 관심있는 친구들한테는 한일관계나 일본 만행 등등 설명은 많이 해 준다. 근데 생각했던 것보다 미국애들 일본에 대한 판타지가 너무 심하다. ㅠㅠ

솔직히 일본 좋아하든 말든 관심도 없는데 내가 씨오브재팬 독도 이런얘기 해줘도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그런 흑역사 없는 나라가 어디있냐며 막무가내로 나오는 애들이 꼭 있어서 문제다. 그런 애들은 진짜 열받는다.

그리고 미국 와서 또 느낀 건 진짜 우리나라만 동해 명칭 주장하고 있다는 거. 진짜 속상한 일이다.
미국산 교과서고 유럽산 지도고 뭐고 전부~! 다 씨오브재팬으로 표기되어 있다.
처음에 봤을 때는 출판사 찾아서 항의메일 다 보내고 그랬는데 이젠 지칠 지경이다.
근데 우리 정부는 씨오브재팬&이스트씨 사이좋게 같이 표기하자고~^^* 장난함??

한류 좋아하는 애들 보면 뿌듯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래도 아직 한국은 갈 길이 먼 걸까 하는 의문이 종종 든다. 아이돌, 드라마, 영화 다 좋은데.  국가브랜드이미지는 그런 일시적 요소들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니까 문제다.

미국애들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되든 말든 관심도 없는 애들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가 그걸 목숨걸고 사수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되짚어 봐야 한다.

그런 당연히 지켜져야 할 명칭 하나도 못 지키는 나라가 한류열풍이라는 겉치장으로 국제사회에서 일본 위에 당당히 설 수 있을까?

아무튼 참 여러가지로 복잡한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